전에
키르난님의 홍차푸딩 만들기를 눈여겨보았더랬죠. 왜냐하면 만들기 과정샷을 잡아서 하나하나씩 지도를 해주셨고, 마침 집에 모든 재료가 구비된 상태니깐 맛난 푸딩에 언제든지 도전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거든요. 사실 시작할 때만해도 판 젤라틴이 있다고 생각했었죠… 그리고 사소하지만 그 결과는 무시무시했던 착각이 낳은 결과를 소개해드릴려고 합니다.
제가 키르난님의 레시피에 혹한 이유는 그 간단함에 있었죠. 사실 트랙백을 따라서 읽어보시면 아시겠지만 특별히 복잡할 것 없이 간단합니다. 약간 진하게 홍차잎을 우려서 거기에 적당량의 우유를 넣고 달콤하게 만든 뒤 젤라틴을 녹여서 냉장고에 두었다가 먹으면 된다입니다. 이때 주의할 점이 푸딩이 차갑게 먹는 디저트라 맛을 보았을 때보다 더 달콤하게 해야한다 그 정도였을까요?
저도 나름대로 과정샷을 남겨보려고 했지만, 이거 쉽지 않더군요. 사실 이 대목에서 조목조목 사진을 찍어서 만드는 방법을 설명하신 키르난님과 과정샷이 기본으로 들어가는 찰리님이 존경스워지더라구요.
일단 홍차를 우려내기 위해서 스리랑카에서 오신 목사님으로부터 선물받은 실론티백을 끓는 물에 진하게 우려냈습니다. 티백 두개를 썼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나서 입맛보다 조금 더 달게 간을 맞추고… 사실 여기까지는 잘해냈는데, 문제는 판젤라틴. 있을거라고 굳게 믿어 의심치 않았던 판젤라틴을 도무지 찾을 수 없더군요. 사실 사놓고 쓰질 않았으니 어딘가에는 있어야 할텐데, 도저히 못 찾겠더라구요. 그래서 대체품으로 생각난 것이 바로 가루젤라틴. 이녀석입니다.
열어보니 젤라틴 가루가 조그마한 팩으로 들어가있네요. 판 젤라틴 3장을 쓰는 레시피니깐 지나치게 흐물거리는 푸딩보다는 적당히 탄력있는 것이 좋겠다 싶어서 두 개를 넣어버렸지요. 넣는 즉시 젤처럼 변하다 못해 망울이 지는 것 같아서 열심히 휘저었습니다. 그리고 자그마한 컵에 옮겨서 냉장고에 넣었지요.
다음 날, 기다렸다는 듯이 홍차 푸딩을 꺼내어서 아침으로 먹으려고 했는데, 오옷…! 느낌이 별로 좋지 않습니다. 젤라틴가루가 얼마나 효력이 좋으면 휘저은 홍차의 거품이 미처 꺼지기도 전에 굳어졌는지 거품 자국이 선명합니다.
이런이런! 그래도 설마… 하면서 숟가락을 넣으니, 탄력이 좋아도 너무 좋습니다;;; 결국 한 숟가락을 떴는데, 묵보다도 훨씬 탄력이 있는 것이 풍미가 전!혀! 푸딩스럽지 않습니다…. orz
게다가 컵에 랩 씌워놓는걸 잊어버려서 표면도 딱딱, 나름대로 퍽이나 달콤하다고 생각했는데도 맛은 밍밍… 주변사람들한테 자랑하려고 했는데 다 물 건너가고, 먹는 거 절대 안 남기고 절대 안 버리는 제가 만든 세 컵의 푸딩 가운데, 한 개를 꾸역꾸역 해치우려고 노력하다가 결국 포기하고 다 버렸습니다… 다음번엔 꼭 젤라틴 한 봉지만, 그리고 환상의 달콤함을 위해 꿀이나 메이플 시럽을 넣고야 말겠다고 다짐하는 저의 도전기였습니다.
*포토로그 앨범에 올려진 사진을 사용해서 포스트를 하려다 보니 그림이 작네요. 원본은 포토로그에서 보실 수 있으세요. 근데 설마 실패작 크게 보실 분은 없으시겠죠? ^^;;
이글루스 가든 – 스타일 있는 요리사 되기